재밌지만 기대만 못했다. 사이코패스 극장판. 감상




 누가 봐도 이건 팬서비스다 싶은 것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사이코패스 극장판의 경우는 그렇지 않습니다. 팬서비스라고 하기는 뭐하고, 짧은 단편 에피소드 느낌으로 받아들이면 딱 좋죠. 결과론적으로 이야기하면 재미는 있습니다. 항상 평타는 치는 시리즈가 되어버려서 어느정도의 재미 보장은 확실하죠. 우로부치 겐이 여러가지로 호불호 갈리는 라이터이긴 하지만 어쨌든 재미 자체를 뽑아내는데는 귀신같은 사람이니까요. 아까 보자마자 핸드폰으로 쓴 포스팅에서 대충 기대만큼은 아니다 하고 유야무야 구름같이 넘겼던 게, 혹여나 오해를 살 것 같아서 하는 말이지만 평작 이상입니다. 다만 사이코패스가 여태까지 보여줬던 것들을 생각해보면 뭔가 좀...? 싶은 부분이 없지 않아 있어서 그랬죠, 


 여튼 극장판이기 때문에 작화나 액션신같은 데에 크게 불만이 있는건 아니었는데, 기분 탓인가 약간 프레임이 끊어지는 것 같은 묘한 느낌을 좀 받긴 했네요. 연출인가 아니면 영화관 문제인가...? 저는 평촌 롯데시네마에서 봤는데 다른 곳에서 보신 분들은 어떠셨는지 궁금합니다. 여하튼 15세 관람가 치고는 꽤 자극적이고 과격한 연출도 있고 해서 전 아주 괜찮았습니다.


 아까 한줄로만 써놓긴 했지만 영어 연기때문에 집중이 안 되었던 건 문제가 있습니다. 이 작품의 특성상 초반 떡밥들을 풀어놓을 때 집중력을 좀 요하는데, 주연과 조연을 가리지 않고 나타나는 로봇같은 영어 연기때문에 집중을 굉장히 방해합니다. 제작진이 어떤 의도로 영어 대사들을 삽입했는지에 대해서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냥 일어 쓴다고 해서 이 애니메이션은 고증이 굉장히 병신같군요! 할 건 아니니까요. 이런 SF 애니메이션에서 고증 이야기를 하는 것도 웃기구요.


 극장판이라는 매체의 시간적 한계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세계관 특유의 분위기를 아주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시리즈의 핵심인 시빌라 시스템의 존재감도 정말 잘 보여줬지요. 시나리오에 군더더기도 없구요. 단 1기는 무조건 보고 가셔야 합니다. 2기는 안 봐도 여차저차 될 것 같은데, 1기를 안 본다면 이해를 아예 할 수가 없는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전 2기 되게 괜찮게 봤는데 좀 아쉽군요. 따지면 1기보다 더 괜찮게 봤을 정도니까요. 미카가 얼마나 귀여운데 ㅂㄷㅂㄷ


 전술해뒀지만, 재미는 있습니다. 볼만해요. 평작 이상으로 잘 만들었고, 가치는 있습니다. 그런데 아쉬운 부분이 TVA 1,2기보다 많이 보이는 것이 기분 탓이었으면 좋겠네요. 이름없는 괴물 영상화도 바라고 있는데 헛헛.


P.S. 긴글작성때문에 씨름하느라고 지웠다 말았다 했는데 혹시 스포일러에 해당하는 글을 보신 분이 계신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ㅠㅠ



- 이하 캐릭터와 시나리오 관련 스포일러. 긴글작성 정말 못써먹겠네요. 흰색 처리를 해놓습니다. 사실 여기가 핵심인데ㅠㅠ


  그런데 그 시간적인 한계라는 것을 감안하고서라도, 약간 아쉬운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먼저, 안 그래도 공기같은 집행관들이 공기의 수준을 넘어서서 이제 그냥 빛반사도 못 할 정도로 아무 비중이 없습니다. 기노자를 제외하구요. 그런데 막상 이 기노자도 마지막에나 조금 빛을 볼 뿐이고, 그냥 내내 공기입니다. 물론 이 극장판은 코우가미를 다시 보여주겠다는 의도가 너무 눈에 띄어서 그냥 그러려니 할 수도 있는데, 대표공기 쿠니즈카는 물론이요 히나카와나 스고는 그냥 뒷배경입니다. 주인공이 원 맨 아미급 포스를 자랑한다면 또 모르겠지만 이 작품이 그렇게 막 때려부수는 작품은 아니니까요. 물론 주인공은 아카네고 히로인이 코우가미인 이상 피할 수 없었다고 생각은 합니다만... 아쉽기는 하죠.


 이들이 공기가 됨으로서 아카네의 캐릭터성 그 자체도 완전무결로 흘러가는 것 같아서 우려스럽습니다. 2기에도 약간 그런 모습이 보이긴 했는데, 너무 인간미가 떨어지고 있어요. 장점이라면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캐릭터의 입체성이 약화되는 것 같아서 신경이 쓰이네요. 시리즈가 길어질 것을 염두에 안 두고 1기를 그렇게 끝내서 그런건가 싶기도 하고... 뭐 그래도 갓카네라는 사실 그 자체는 변함이 없습니다. 귀엽잖아요. 됐어요. 샤워신도 보여줬는데 뭘. 할 일 다 했지.


 거기에 악역들의 카리스마도 영 예전만 못한게 느껴집니다. 단편이라고 치부한다면야 이 정도는 눈감아줄 수 있기는 한데, 용병 대장이랍시고 나온 아저씨에게는 개연성이 좀 많이 부족한 채로 꿈만 꾸고 있는 것 같고 웡 대령은 카리스마도 뭐도 없습니다. 그냥 지나가는 잔챙이같은 느낌이에요. 리타이어도 너무 허무했구요. 이 시리즈의 최종 악역인 시빌라 시스템은 여전합니다만, 시스템을 제외한 악역들이었던 마키시마 쇼고나 카무이 키리토가 보여줬던 모습들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더하네요.

 
 막상 히로인으로 나온 코우가미의 심리묘사나 배경묘사도 조금 부족하다고 느껴지는데, 우리는 사실 마키시마 사건 이후에 코우가미가 어떤 식으로 살아갔느냐는 과정을 궁금해하고 있는 거지, 그냥 지금 단순히 게릴라 작전참모로 있는 코우가미의 모습만 보려고 하는 건 아니었잖아요. 탈주 이후의 코우가미가 느낀 것과 현재의 코우가미가 느끼고 있는 것을 좀 더 자세히 묘사하거나 설명해주었다면 코우가미를 메인격으로 세운 의미가 느껴졌을 것인데, 그 부분을 그냥 단순히 흘러흘러 나갔다는 식으로 표현하는 것도 좀 설득력이 약하다 느껴졌습니다. 전체적으로 아카네와 코우가미간의 심리묘사는 어느정도 했다고 느껴지지만요. 어쨌든 코우가미가 시스템 안이 가장 조용한 곳이었다고 발언함으로서, 사이코패스 세계관 내에서 시빌라의 존재감을 아주 공고히 해주는 역할을 하긴 했죠.


 아주 극히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운 부분이라면 역시 2기의 존재감입니다. 2기 자체가 코우가미가 없었던 시기를 배경으로 하다 보니 이야기가 적을 수밖에 없는 건 사실인데, 아카네의 안티테제로서 적용되어야 할 미카의 존재감이 생각보다 너무 낮아요. 아주 없는 건 아니지만 너무 부족합니다. 시스템의 충실한 꼭두각시이자 그 사회가 바라는 모범시민 롤을 수행하려 하는데, 아무리 배경이 해외라지만 충돌각을 좀 더 좁혔어도 괜찮지 않았나 싶습니다. 뭐 캐릭터상의 완숙미는 조금씩 가지기 시작한 것 같아서 다행인데, 이 캐릭터는 정말 재미있는 캐릭터고 아카네만큼이나 매력적인 캐릭터라서 이렇게 내다 던져버리는 게 굉장히 아쉬웠습니다. 분명히 더 써먹을 건덕지가 있고, 쿠키영상대로라면 3기를 기대해도 될 상황인데 이렇게 쓰기에는 조금 아쉽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코우가미와 미카 사이에 관계가 거의 없는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면 그럴 수야 있겠지만, 아카네가 존재함으로서 미카가 시스템의 힘을 빌든 스스로 나서든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언제든지 존재했죠. 어찌 보면 뻔하디 뻔한 전개가 된 것이 미카를 제대로 운용하지 못해서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클라이막스의 몰입도도 조금 부족합니다. 이 시리즈 특유의 사람을 죄는 맛이 덜해요. 어떤 부분에서 그런가가 애매해서 한번 더 봐야 하나 싶을 정도로요. 아마 이 부분도 악역들의 캐릭터성 부족에서 기인하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의외로 결말은 반전에 반전을 후려치면서 임팩트를 주긴 했는데, 이것도 생각해보면 단순 3기를 위한 포석에 불과할 수도 있겠지요. 이렇게 장수 시리즈가 될 거라곤 생각 못했는데, 어쨌든 나와준다면야 아이구 감사합니다 아니겠나요.

덧글

  • 건전청년 2015/05/29 13:58 #

    악역이 좀 많이 후달렸던건 동의합니다.
    그래도 발암요소가 적어서 그랬는지 맘편하게 볼 수 있었네요

    어쨌든 3기 얼렁 주세여 ㅜㅜㅜ
  • nnyong 2015/05/29 14:14 #

    이 시리즈는 마음이 끝도 없이 불편한 것이 또 매력이지요. 전 그래서 불만이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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